장규태 원장 "실패 위험 큰 바이오 연구에 집중…상업화는 중기와"

입력 2016-11-02 18:01  

취임 1년 맞은 장규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

외부에 의존 않는 연구분위기 조성
지카바이러스 진단키트 개발 성과
"연구자가 한우물 파도록 기다려야"



[ 이우상 기자 ] “기업들이 엄두를 내지 못하는 성공확률이 낮은 기초 바이오 연구를 한층 강화하고 중소 바이오 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려가려고 합니다.”

취임 1주년을 맞은 장규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사진)은 2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기초 바이오 연구성과를 중소기업에 이전해 국내 바이오산업이 활성화되도록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장 원장은 취임 후 생명공학연구원의 가장 큰 변화로 지난 1월 전문연구단 중심의 조직 개편을 꼽았다. 한국이 고령사회가 된 데 맞춰 출범한 ‘노화제어연구단’, 지카바이러스 등 신종 감염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위해요소감지연구단’ 등 총 6개 전문연구단을 꾸렸다. 전문연구단은 연구비를 조달하기 위해 외부 일감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연구단 인건비의 80%를 지원해주기 때문이다. 장 원장은 “연구비가 모자라 연구 도중에 외부에서 일감을 찾아야 하는 구조에선 제대로 된 연구 분위기가 조성되기 어렵다”고 했다.

전문연구단은 2018년까지 셀, 네이처, 사이언스 등 저명한 국제학술지에 5편 이상 논문을 게재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장 원장이 그리는 ‘큰 그림’은 따로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전문연구단 한 곳만이라도 ‘잭팟’을 터뜨리는 것이다. 한 건만 터져도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위해요소감지연구단이 개발한 지카바이러스 진단키트에 거는 기대가 크다. 남미에서 임상시험 중인 지카바이러스 진단키트는 혈당을 검사하듯 피 한 방울만으로 감염 여부를 20분 만에 알 수 있는 의료기기다. 장 원장은 “부부가 2세를 계획할 때 진단키트로 미리 검사하면 소두증을 앓는 아이가 태어나는 불행을 막을 수 있다”며 “임상시험을 통과하면 아스피린처럼 시장 파급력이 클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인건비 외에 정책이나 주변 환경에 휘둘리지 않는 꾸준한 연구환경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지카바이러스 진단키트는 8년여에 걸친 연구의 결과물이다. 장 원장은 “바이오분야는 초기 투자 후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최소 10~15년이 걸리는 만큼 기다림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출연연구소의 기술사업화 성과가 해외 연구기관에 비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기다림이 답이 될 것”이라고 했다. 생명공학연구원의 연구소기업 미코바이오메드는 지난해 미국 의료기기 전문기업 엑세스바이오, 바이오메도믹스 등과 5년간 5700만달러(약 650억원) 규모의 독점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미코바이오메드는 10여년에 걸쳐 복합진단·빈혈측정기술을 개발했다.

장 원장은 중소기업을 위한 연구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희귀질환처럼 실패 위험이 높고 상업화가 쉽지 않은 연구에 집중하고 연구결과는 중소기업과 협업해 상업화할 계획이다. 생명공학연구원은 국내 바이오벤처 250개사를 대상으로 멘토링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네오팜, 제노포커스, 바이오리더스 등 9곳이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장 원장은 “일본 생물학자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가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50년 동안 한우물을 팔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연구풍토 덕분이었다”며 “연구자가 한 분야에 매달리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없다’고 비난하는 사회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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